한국앤컴퍼니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회사입니다. 겉으로는 'Hankook'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이고, 속으로는 납축전지(자동차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파는 제조 회사입니다. 2021년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합병하면서 순수 지주회사에서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했고, 이후 배터리 사업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 되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가장 큰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분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 31.15%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타이어는 2025년 연간 매출 21조 2,023억원을 달성한 글로벌 타이어·열관리 부품 기업입니다. 이 지분에서 나오는 지분법 이익과 브랜드 로열티가 경영총괄부문의 핵심 수익원입니다.
사업 구조 (2025년 매출 기준)
| 사업부문 | 주요 내용 | 매출액 | 비중 |
|---|---|---|---|
| 사업총괄부문 | 차량용·산업용 납축전지 제조·판매 (국내+미국) | 1조 2,043억원 | 82.6% |
| 경영총괄부문 | 브랜드 로열티, 지분법 이익, 배당금, 임대 등 | 약 2,344억원 | 16.1% |
| 기타 | 카앤라이프(자동차 수리) 등 | 189억원 | 1.3% |
어떻게, 누구에게 팔까?
배터리 사업의 매출 89.5%가 직수출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 부품 대리점(REP)과 자동차 완성차 메이커(OEM)에 납품합니다. 미국에서는 별도 현지 법인을 통해 REP(74.2%)와 GM 등 OEM(25.8%)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원재료인 납을 고려아연 등에서 사들여 배터리로 만든 뒤 전 세계로 팔아내는 구조입니다.
납축전지: 국내 2위, 그러나 차별화가 뚜렷하다
국내 납축전지 시장은 세방전지(약 40%), 한국앤컴퍼니(약 22%), 클라리오스 델코(약 19%), 현대성우쏠라이트(약 11%) 4개사가 90% 이상을 과점하는 시장입니다. 매출 기준으로 세방전지에 이어 2위지만, 한국앤컴퍼니에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화 요소가 있습니다.
납축전지 업계 중 미국에 현지 생산거점을 보유한 곳은 한국앤컴퍼니가 유일합니다. 2025년 미국 관세가 강화되는 환경에서도 미국 법인은 현지 생산으로 관세 부담 없이 대응했습니다. 이 구조적 강점이 경쟁사와의 핵심 차별점입니다.
또한 시장이 일반 MF(무보수) 배터리에서 고부가 AGM(흡수성 유리섬유) 배터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한국앤컴퍼니는 AGM 배터리 라인 확장에 집중하면서 판매 단가(ASP)를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2025년 국내 단가는 63,181원으로 전년 대비 3.1%, 미국 단가는 83,908원으로 1.0% 올랐습니다.
그 결과 2025년 전체 영업이익률은 28.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분법 이익(한국타이어 지분에서 나오는 이익)이 포함된 수치이지만, 배터리 사업 자체의 영업이익률도 상당히 견조합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법으로 간접적으로 담고 있는 거대한 자산
한국앤컴퍼니의 보고서에 지분법 이익으로 3,149억원이 잡혔는데, 이 돈의 원천이 바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입니다. 한국타이어는 2025년 창사 이래 최초로 타이어 부문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했고,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열관리 시스템 부문까지 더하면 총 매출 21조 2,023억원, 영업이익 1조 8,425억원의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30~40%), 글로벌 타이어 7위권입니다. 포르쉐·BMW·벤츠 등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40여 곳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도 성과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자산의 대부분이 한국타이어 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보고서에 표시된 총자산 5조 2,596억원 중 관계기업투자(한국타이어 지분 등) 장부가액이 무려 4조 2,62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81%를 차지합니다.
주요 지분 관계 한눈에 보기
| 구분 | 회사명 |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 지위 | 핵심 사업 |
|---|---|---|---|---|
| 관계기업 (상장)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31.15% | 지분법 적용 | 타이어·열관리 시스템(한온시스템 포함) |
| 종속기업 (비상장) | Hankook & Company ES America Corp. | 100% | 완전 자회사 | 미국 납축전지 제조·판매 |
| 종속기업 (비상장) | Hankook & Company ES Deutschland GmbH | 100% | 완전 자회사 | 유럽 납축전지 판매 |
| 종속기업 (비상장) | 한국카앤라이프㈜ | 100% | 완전 자회사 | 자동차 수리 |
| 관계기업 | Preciseley Microtechnology Corp. (캐나다) | 34.28% | 지분법 적용 | MEMS 부품 설계(파블리스) |
| 관계기업 | JR 에너지솔루션 | 13.99% | 유의적 영향력 | 리튬이온배터리(LIB) 전극·셀 제조 |
한국타이어 지분이 가져다주는 두 가지 수익
첫째는 지분법 이익입니다. 한국타이어가 이익을 내면, 지분율 31.15%에 비례해 한국앤컴퍼니 장부에 이익이 잡힙니다. 2025년 기준으로 3,149억원이 이 방식으로 잡혔습니다.
둘째는 브랜드 로열티입니다. 한국앤컴퍼니는 'HANKOOK' 상표권의 법적·경제적 소유권자입니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에서 광고비를 뺀 금액의 0.5%를 상표권 사용료로 한국앤컴퍼니에 냅니다. 한국타이어 매출이 커질수록 이 수입도 늘어납니다. 2025년 상표권 수익은 503억원이었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무슨 의미인가?
한국앤컴퍼니 주식 한 주를 사면 두 가지를 동시에 소유하는 셈입니다. 하나는 직접 굴리는 납축전지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라는 상장 대형사의 31.15% 지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분은 시장에서 따로 살 수 있는 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지주사 특유의 할인이 붙습니다. 즉 한국타이어 지분의 시장 가치보다 한국앤컴퍼니의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되는 구조입니다. 이 '지주사 할인'이 얼마나 빠르게 좁혀지느냐가 한국앤컴퍼니 주가의 핵심 변수입니다.
한온시스템 인수가 만든 변화
2025년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완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의 규모가 타이어 10조 + 열관리 10조 = 20조 원대로 두 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의 지분법 대상 회사인 한국타이어의 기업가치도 이론적으로 상승합니다. 반면 한온시스템 인수 과정에서 한국타이어가 상당한 차입을 일으켰다는 점은 단기 리스크 요인입니다.
산업 방향성
차량용 납축전지 시장은 전기차(EV) 전환으로 장기 성장성에 의문이 붙습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HEV)와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차량에서 AGM·EFB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고, 순수 내연기관 차량 대체 수요도 당분간 지속됩니다. 전기차가 100% 대체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납축전지 시장이 갑자기 무너지진 않습니다.
핵심 투자 방향
AGM 배터리 중심의 프리미엄 전환: 기존의 저가 MF 배터리에서 AGM·EFB 고성능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습니다. AGM은 마이크로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으로, 단순 교체용 MF 배터리보다 단가가 높습니다. 프리미엄 비중이 늘면 → 동일 물량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고 → 영업이익률이 개선됩니다.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활용: 납축전지 업계 유일의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리스크에서 구조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미국 관세 정책이 강화될수록 이 거점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미국 법인 매출을 확대하면 →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지고 → 관세 부담 없이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JR 에너지솔루션 투자: 리튬 배터리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2025년 리튬이온배터리(LIB) 전극·셀을 제조하는 JR 에너지솔루션에 지분 13.99%를 취득했습니다. 납축전지 의존도를 낮추고 →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미리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배터리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입니다.
한국앤컴퍼니벤처스: 신성장동력 탐색: 2025년 5월 스타트업 투자 전문 자회사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설립했습니다.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모빌리티·배터리·소재 분야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납축전지 시장 장기 위축
납축전지는 순수 전기차에는 보조배터리(12V) 역할로만 들어가고, 시동용 배터리 수요는 없어집니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수록 교체용 납축전지 시장의 파이가 줄어듭니다. 물론 전환에는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시장 성숙 구간이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점은 구조적 위협입니다.
납(원재료) 가격과 환율의 이중 압박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납(Pb) 가격은 LME(런던금속거래소) 시세를 따라 변동합니다. 납 가격이 올라가면 원가가 오르고, 단가를 즉시 올리지 못하면 이익이 줄어듭니다. 수출 비중이 90% 가까이 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원화 강세는 수출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입니다.
미국 현지 법인의 수익성 부진
미국 법인은 2025년 매출 2,907억원에 영업이익 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고, 순손실도 1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관세 방어 거점으로서 전략적 가치는 크지만,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 부담이 됩니다.
경영권 분쟁 이력
2023년 말 MBK파트너스가 오너 형제 일부와 연합해 경영권 공개매수를 시도했습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이력이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로 시장에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너 리스크와 지배구조 불투명성은 한국앤컴퍼니의 주가 할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매수 논리가 성립한다
"한국타이어 지분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 자산의 81%가 한국타이어 지분인데, 한국타이어의 시가총액에 지분율 31.15%를 곱한 지분가치와 한국앤컴퍼니 시총을 비교하면 상당한 할인이 붙어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10조·열관리 10조의 거대 부품사로 성장한 만큼, 이 할인이 좁혀질 경우 한국앤컴퍼니 주가에 상승 여력이 생깁니다.
"미국 관세 수혜주다": 납축전지 업체 중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가진 곳은 한국앤컴퍼니가 유일합니다. 미국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경쟁사 대비 비용 우위가 커집니다. 관세 강화 흐름이 계속된다면 →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매도 논리가 성립한다
"납축전지 산업의 미래가 어둡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 납축전지의 핵심 수요인 내연기관 시동용 시장이 구조적으로 줄어듭니다. 미국 법인의 수익성이 지금처럼 낮다면, 현지 생산거점 유지 비용 대비 효익이 의문입니다. 배터리 사업의 장기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주사 할인이 쉽게 안 좁혀진다": 경영권 분쟁 이력, 복잡한 지배구조, 지분법 이익에 크게 의존하는 수익구조 등이 맞물려 지주사 할인이 구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지분을 직접 사는 대신 굳이 한국앤컴퍼니를 통해 간접 투자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