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은 쉽게 말해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회사입니다. 하나는 55년 역사의 아연 제련소이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기판(PCB) 제조 그룹입니다.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 (2025년)
| 사업부문 | 매출액 | 비중 |
|---|---|---|
| 전자부품(PCB) | 1조 8,874억원 | 64.9% |
| 제련(아연괴·황산) | 1조 1,927억원 | 41.0% |
| 반도체 패키징 | 1,030억원 | 3.5% |
| 상품중개 | 1,232억원 | 4.2% |
| 연결조정 등 | △4,005억원 | △13.8% |
| 합계 | 2조 9,090억원 | 100% |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정광(광석)을 수입해 고순도 아연괴와 황산을 생산합니다. 아연은 자동차 외장 철판이나 건설용 철판이 녹슬지 않도록 도금하는 데 쓰이는 필수 금속입니다. 냉장고나 세탁기 외관, 건물 지붕 등 우리 주변의 금속 표면 대부분에 아연 도금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주요 고객은 국내외 철강사입니다. 아연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시세와 환율에 연동되어 매달 결정됩니다. 2025년 기준 아연괴 내수 단가는 톤당 약 434만원, 수출 단가는 약 444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14% 상승했습니다.
황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부산물로, 비료·농약·섬유 공업에 쓰입니다.
종속회사인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테라닉스가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들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가전·스마트폰 업체에 납품합니다. PCB는 반도체가 전자제품의 "두뇌"라면, 그 두뇌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신경망"에 해당하는 부품입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 모듈, 자동차 전장 등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갑니다.
이 부문 매출의 약 74%가 수출로 구성되어 있고, 베트남 등 해외 생산법인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국내 아연 제련 시장은 사실상 영풍과 고려아연 두 회사가 과점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아연 공급량은 약 43만 5천 톤인데, 고려아연이 29만 5천 톤(약 68%), 영풍이 10만 3천 톤(약 24%)을 공급했습니다. 나머지는 수입분입니다.
영풍은 단순히 2등 제련사가 아니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약 26%)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4년부터 두 회사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습니다. 그 여파로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 물류 처리 계약을 해지하고, 아연정광 공동구매 계약도 파기하면서 영풍은 원료 조달 교섭력을 잃게 됐습니다. 이것이 2025년 영업손실 확대의 핵심 배경입니다.
기술력 면에서 영풍의 습식 제련 방식은 순도 99.995%의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하며, 세계 최초로 폐수를 100% 재활용하는 무방류(ZLD) 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한 기술력 있는 제련소입니다.
PCB 부문에서 주목할 회사는 코리아써키트입니다.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8,6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AI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Package Substrate)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혜를 받은 덕분입니다.
반면 영풍전자는 중화권 스마트폰향 신규 모델 진입이 지연되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47% 급감했습니다. 같은 PCB 계열사라도 어떤 전방 산업을 주고객으로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렸습니다.
경쟁사 대비 위치를 보면, 경성 PCB 분야에서 코리아써키트(매출 8,630억원)는 대덕전자(1조 653억원), 심텍(1조 971억원)에 이어 업계 3~4위권입니다. 연성 PCB(FPCB) 분야에서는 인터플렉스, 영풍전자가 비에이치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연 제련업은 친환경 규제 강화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동시에, 폐배터리 재활용(도시광산)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도 생기고 있습니다. PCB 산업은 AI, 5G, 전기차,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구조적 성장이 예상됩니다.
① 폐배터리 건식 재활용 사업 영풍은 전기차(x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나오는 중대형 배터리를 고온으로 처리해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국책과제를 진행 중입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 → 폐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하고 → 영풍의 제련 기술로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회수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파일럿(시험) 플랜트를 운영 중입니다.
② AI 반도체용 고부가 PCB 기판 코리아써키트는 AI 가속기(GPU, CPU)에 들어가는 FCBGA(플립칩 BGA,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밀도 기판)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AI 투자 확대는 →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 FCBGA 같은 고부가 패키지 기판 수요가 늘어나 → 코리아써키트의 수익성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③ 환경 설비 투자 — 제련소 정상화 2025년 6월 300억원을 투자해 질소산화물 제거 설비를 완공했고, 2026년에는 22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오염지하수 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환경 규제를 충족하면 → 조업정지 위험이 줄고 → 제련소 가동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 제련 부문 적자가 축소됩니다.
① 고려아연과의 분쟁 장기화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면서도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황산 물류 계약 해지, 아연정광 공동구매 파기, 공동 판매법인(서린상사) 경영권 분쟁이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이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영풍의 원재료 조달 비용이 오르고, 판매 채널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제련사와 달리 영풍에만 적용되는 고유한 위험입니다.
② 환경 규제·충당금 리스크 석포제련소는 과거 폐수 무단 방류 등으로 환경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고, 현재도 대규모 토양 정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2025년 영업손실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환경비용 충당금 추가 설정입니다. 향후 환경부 요구 수준에 따라 추가적인 충당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조업정지 위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③ 영풍전자 회복 지연 영풍전자는 2025년 매출이 절반 가까이 빠지며 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중화권 스마트폰 고객사 진입 실패가 원인입니다. 스마트폰 업황 회복이 늦어지거나 신규 고객 확보에 실패하면 이 손실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제련소 정상화와 AI PCB 성장이 동시에 일어나면 V자 반등이 가능하다"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이 30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코리아써키트는 AI 기판 수혜로 성장세를 타고 있습니다. 환경 설비 투자가 마무리되면 제련 부문 손실도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두 사업부가 동시에 회복된다면 실적 개선 폭이 클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아연 제련사이자 PCB 그룹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아연 제련 사업 자체가 환경 규제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산업입니다. 고려아연과의 갈등이 봉합되거나 정상화되면, 영풍의 국내 아연 공급 지위는 다시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장기 성장 옵션이다" 전기차 보급 가속화로 폐배터리 물량은 10년 내 급격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영풍의 고온 건식 제련 기술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기반으로, 상업화 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 분쟁이 언제 끝날지 보이지 않는다" 경영권 분쟁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재료 조달 비용 상승, 판매 채널 축소 등 분쟁의 실질적 피해가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으며, 해결 시점이 불투명합니다.
"환경 비용이 언제까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석포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는 2029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공사입니다. 충당금이 얼마나 더 쌓일지 외부에서 예측하기 어렵고, 이 불확실성이 제련 부문 실적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