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쉽게 말해 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회사입니다. 아연 광석(정광)을 사다가 녹이고 정제해서 아연, 납(연), 금, 은, 동(구리) 같은 금속을 만들어 파는 것이 핵심 사업입니다. 이런 일을 '제련'이라고 부르는데,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련업의 돈 버는 구조는 간단합니다. 광석을 살 때와 금속을 팔 때의 가격 차이 + 제련수수료(TC, Treatment Charge)가 수익입니다. 따라서 금속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모두 영향을 받으며, TC 수준도 수익성에 직결됩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구성 (단위: 억원)
| 제품 | 매출액 | 비중 |
|---|---|---|
| 은 | 34,776 | 21.0% |
| 아연 | 25,541 | 15.4% |
| 금 | 19,504 | 11.8% |
| 연(납) | 12,931 | 7.8% |
| 비철금속 수출입(케이지트레이딩 등) | 43,965 | 26.5% |
| 자원순환(Pedalpoint 등) | 31,804 | 19.2% |
| 기타 | - | - |
2025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금과 은이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는 점입니다. 금 매출은 전년 대비 161% 급증했고, 은 매출도 46% 늘었습니다. 아연·납 제련수수료(TC)가 역사적 저점(톤당 80달러, 전년 165달러)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제련 공정 중 함께 나오는 귀금속이 회사 실적을 받쳐준 것입니다.
주요 고객은 국내 자동차·건설·전자 업체(아연·납 내수)와 아시아·유럽·북미의 금속 트레이더 및 산업체(수출)입니다. 수출 비중이 약 63%로,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직접 경쟁합니다.
2025년 실적은 사상 최대입니다. 연결 매출 16조 5,879억원, 영업이익 1조 2,31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6%, 70.3% 증가했습니다. 아연·납 TC가 곤두박질쳤음에도 이 정도 실적을 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귀금속·희소금속 포트폴리오의 힘입니다. 금 가격이 44%, 은 가격이 41% 급등했고, 지정학적 불안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덕분입니다. 고려아연은 아연을 녹이는 과정에서 금·은·동을 함께 회수하는데, 이 통합 공정의 효율이 경쟁사보다 높습니다.
둘째, 희소금속 수익 급성장입니다. 중국이 안티모니, 갈륨, 인듐 등 전략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고려아연은 이 금속들을 아연·납 제련 부산물로 이미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안티모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경쟁 구도를 보면, 글로벌 아연 제련 시장에서 주요 경쟁사는 Glencore(스위스), Nyrstar(벨기에, 현재 Trafigura 자회사), Hindustan Zinc(인도), Boliden(스웨덴) 등입니다. 상위 5개사가 전 세계 생산능력의 약 45%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입니다.
고려아연이 경쟁에서 앞서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반면 아연·납 TC의 역사적 하락은 전통 제련 수익성에 구조적 도전입니다. 정광(원재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TC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산업 방향성: 핵심광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방위산업, 반도체가 모두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탈중국 공급망'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서방 제련소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돈을 걸고 있는 분야:
베팅 1: 미국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크루서블 프로젝트) 약 10.9조원(USD 74억)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2026년 착공, 2029년 단계적 시운전이 목표입니다. 아연 30만톤, 납 20만톤, 동 3.5만톤, 희소금속(안티모니, 갈륨 등) 11종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미국 정부·전략 투자자와의 합작(Crucible JV LLC)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려아연의 직접 부담을 줄였습니다. 미국이 핵심광물 자급을 원한다 → 고려아연이 공급한다 → 안정적인 장기 판로와 정책 지원을 확보한다는 논리입니다.
베팅 2: 희소금속·전략광물 회수 확대 갈륨(2027년 말 생산), 게르마늄(2028년 상업가동), 텔루륨, 안티모니 등 중국 수출통제 품목의 회수 공정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보유한 제련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 효율이 높습니다. 중국이 수출을 조이면 → 가격이 오르고 →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베팅 3: 자원순환 사업(E-Waste 동 회수) Pedalpoint(미국)를 통한 전자폐기물(E-Waste) 수거·소성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5년 매출이 USD 23.8억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전자폐기물에서 동을 회수한다 → 케이잼㈜가 전지박(2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원료로 쓴다 →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성장에 올라탄다는 밸류체인입니다.
리스크 1: 미국 제련소 투자 실패 가능성 10.9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고려아연 역사상 최대 단일 투자입니다. 공사 기간 연장, 인허가 지연, 금속 가격 급락 시 사업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해외 대형 제련소 프로젝트들이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전례가 있습니다. 2029년 시운전에 차질이 생기면 이자 비용과 기회비용이 누적됩니다.
리스크 2: 아연·납 TC의 구조적 침체 2025년 아연 TC는 톤당 80달러로, 2023년 274달러에서 2년 만에 71% 급감했습니다. 정광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한 TC 반등은 제한적입니다. 고려아연의 귀금속·희소금속 포트폴리오가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기초 제련 수익성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전통 사업의 매력이 줄어듭니다.
리스크 3: 경영권 분쟁 후유증 2024년 MBK파트너스·영풍의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실행했고, 단기차입금이 크게 늘었습니다. 2025년 말 부채총계는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비유동부채는 같은 기간 271% 급증했는데, 이는 미국 제련소 투자 관련 사채 발행 때문입니다. 향후 금리 환경과 현금 흐름 관리가 중요합니다.
리스크 4: 원재료(정광) 수급 불확실성 아연 정광의 상당 부분을 Teck Resources 등 해외 광산사와의 장기 계약으로 조달합니다. 정광 공급 부족이나 TC 추가 하락은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자체 광산(페루 ICM Pachapaqui)은 현재 조업 중단 상태여서 내부 조달 역량은 제한적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매수 논리가 성립합니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가 장기화될 것이다" 중국이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계속 조이면 → 고려아연처럼 중국 외에서 이 금속들을 생산하는 회사가 희소해지고 → 가격 프리미엄과 안정적 판로를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미 이 금속들을 기존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 없이도 수혜가 가능합니다.
"미국의 핵심광물 자급 정책이 진지하게 추진될 것이다" 미국 정부가 CHIPS Act 보조금 약 USD 2.1억 + 정책금융 약 USD 47억을 제공하며 미국 제련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의존 공급망 탈피에 진심이라면 →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전략 자산이 되고 → 2030년대 안정적인 현금흐름 원천이 됩니다.
"귀금속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지정학적 불안,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 달러 약세 가능성이 맞물리면 → 금·은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 고려아연의 귀금속 매출(2025년 전체 매출의 약 33%)이 실적을 계속 견인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매도 논리가 성립합니다
"10조원 넘는 미국 제련소 투자가 너무 크다" 총 투자액 10.9조원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1.2조원)의 약 9배 규모입니다. 미국 제련소가 정상 가동되려면 2030년 이후가 예상되는데, 그 기간 이자 부담과 재무 부담이 지속됩니다. 만약 금속 가격이 하락하거나 공사가 지연되면 수익성 회복이 늦어집니다.
"아연·납 TC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아연 정광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면 → TC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 전통 제련 사업의 이익 기여가 줄어들어 귀금속·희소금속 변동성에 회사 실적이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귀금속 가격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 실적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이후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2024~2025년 자사주 매입과 사채 발행으로 부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부채비율이 2023년 24.9%에서 2025년 82.4%로 급등했고, 차입금의존도도 7%에서 20.6%로 상승했습니다. 향후 금리 인상이나 현금흐름 악화 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