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1976년에 설립된 정유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사다가 울산 공장에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만들어 국내외에 파는 회사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Saudi Aramco(아람코)의 자회사(AOC)로, 지분 63.4%를 보유한다는 점입니다. 즉,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한국 내 핵심 거점 역할을 합니다.
| 사업부문 | 매출액 | 비중 | 영업이익 |
|---|---|---|---|
| 정유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 27조 원 | 78.8% | -1,951억 원 (적자) |
| 윤활 (윤활기유·윤활유) | 3조 원 | 8.8% | +5,785억 원 |
| 석유화학 (파라자일렌·폴리프로필렌 등) | 4.2조 원 | 12.4% | -1,478억 원 (적자) |
| 합계 | 34.2조 원 | 100% | +2,356억 원 |
2025년 전체 매출의 절대다수(79%)는 정유부문에서 나오지만, 정작 돈을 번 곳은 윤활부문입니다. 영업이익의 245%를 윤활부문 혼자 벌어서 다른 두 부문의 적자를 메워준 셈입니다.
국내 정유 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4사가 과점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주유소 점유율은 SK에너지(24.8%), 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각 21.3%), GS칼텍스(18.8%) 순으로, 에쓰오일은 2025년 처음으로 점유율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주유소 사업에 2000년에 가장 늦게 진출했음에도 꾸준히 확장해온 결과입니다.
첫째, 원료 조달의 안정성입니다. 경쟁사들이 여러 산유국에서 다양한 품질의 원유를 섞어 쓰는 반면,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사우디산 원유를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습니다. 코로나처럼 수요가 급감한 시기에도 원유 공급이 끊길 걱정 없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둘째, 고도화 설비(중질유분해탈황 시설)입니다. 정유 공장은 단순히 원유를 정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싸고 질 낮은 중질유를 분해해서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만들 수 있는 설비가 얼마나 있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합니다. 에쓰오일은 이 설비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입니다.
셋째, 윤활기유의 독보적 품질입니다. 에쓰오일은 1981년 국내 최초로 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한 이래, 미국과 유럽의 까다로운 시장에서도 주요 Group III(최고급 등급) 공급자로 자리를 확고히 했습니다. 윤활부문은 2024년과 2025년 내내 전체 이익을 책임진 핵심 캐시카우(안정적 현금 창출원)입니다.
넷째, 아람코 그룹의 글로벌 영업망 활용입니다. 호주, 유럽, 미주 등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아람코 계열사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판매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원유를 사우디산 단일 산지에서만 들여오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 때 저가 원유를 사서 마진을 높이는 전략을 쓸 수가 없습니다. 경쟁사들이 상황에 따라 원유 조달처를 바꾸는 것과 달리, 에쓰오일은 정제마진 악화 시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2025년 정유부문이 또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유 산업 자체는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전기차·수소차 확산으로 국내 경질유(휘발유·경유)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 추세입니다. 그러나 신흥국의 수요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항공유와 석유화학 원료 수요는 구조적으로 유지됩니다. 윤활 시장은 선진국에서 고급 제품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윤활유라는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습니다.
1) 샤힌(Shaheen) 프로젝트 — 총 9조 2,580억 원 투자, 2026년 하반기 상업 가동 목표
에쓰오일의 가장 큰 승부수입니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falcon)'를 뜻하며,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습니다.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석유화학 원료를 분해하는 핵심 설비)를 짓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원료를 연간 320만 톤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되고 → 전체 매출 중 석유화학 비중이 기존 12%에서 25%로 2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경기 변동성이 큰 정유 의존도를 줄이고, 더 안정적이고 고부가가치인 화학 수익을 확보하게 됩니다.
특히 아람코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TC2C(원유를 직접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기술)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중국보다도 낮은 원가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윤활 신제품 — 전기차 윤활유 및 액침냉각유
전기차 보급이 빨라질수록 → 기존 엔진오일 시장은 줄지만, 전기차 전용 윤활유(변속기·감속기용), 데이터센터·ESS(에너지저장장치) 냉각을 위한 액침냉각유 시장이 열립니다 → 에쓰오일은 ESS용 액침냉각유를 2025년 하반기부터 상용화해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3) 지속가능항공유(SAF) 대비
2027년부터 국내 항공유에 SAF(바이오 원료 기반 항공유) 혼합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 에쓰오일은 ISCC(국제 지속가능성 인증) 획득과 바이오 원료 인프라 확보를 준비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전용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항공유를 대량 수출하는 에쓰오일에게 SAF 전환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4) GTG(가스터빈 발전) 프로젝트 — 2,630억 원, 2027년 상업 가동 목표
폐열을 활용한 가스터빈 발전 설비를 건설 중입니다 → 자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규제 대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운영비용도 절감됩니다.
유가 하락 시 이중 피해 에쓰오일은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두 가지 타격을 동시에 받습니다. 제품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동시에, 미리 사둔 비싼 원유로 만든 제품의 재고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합니다. 2025년 연중 유가가 배럴당 $80에서 $60 초반까지 떨어지며 재고 관련 손실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중국發 공급 과잉 압박 에쓰오일의 주력 수출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벤젠, 폴리프로필렌(PP) 모두 중국이 신규 설비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급 확대 → 아시아 시장 공급 과잉 → 제품 스프레드(마진)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석유화학 실적의 구조적 압박 요인입니다.
샤힌 프로젝트의 재무 부담과 완공 불확실성 9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로 인해 2025년 비유동자산이 전년 대비 25% 급증했고, 부채총계도 12% 늘었습니다. 2026년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지만, 프로젝트 지연이나 완공 후 석유화학 시황 부진이 겹칠 경우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유동비율도 71%로 2024년(86%) 대비 낮아진 상태입니다.
단일 원유 공급처 의존 경쟁사와 달리 원유를 오직 사우디아람코에서만 공급받습니다. 지정학적 사건이나 계약 조건 변경 시 대체 조달처가 없다는 것은 잠재적 취약점입니다.
"샤힌 프로젝트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2026년 하반기 상업 가동이 시작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이 약 두 배로 늘어납니다. 아람코와의 기술협력으로 중국보다도 낮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지금의 수익 구조(윤활 의존, 정유 적자)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9조 원 투자가 실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선제적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고품질 윤활기유의 구조적 성장은 계속된다" 전기차가 늘어도 윤활유 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고급 합성유(Group III) 수요는 증가합니다. 전기차 전용 윤활유와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라는 신시장에서도 에쓰오일은 선제적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윤활부문은 2024~2025년 연속으로 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안정성을 입증했습니다.
"아람코의 지원이 지속적 경쟁력이다" 원유 공급 안정성, 글로벌 영업망 활용, 대주주 직접 대여금(6억 달러 약정) 등 아람코와의 긴밀한 관계는 단순한 지배주주 관계를 넘어 실질적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내수 주유소 점유율 2위 달성도 이 협력의 결과입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6~2027년은 공교롭게도 중국의 신규 석유화학 설비가 대거 가동되는 시기와 겹칩니다. 에쓰오일이 생산을 늘리는 바로 그 시점에 시장 공급도 함께 늘어나, 기대했던 스프레드 개선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유부문 구조적 수익성 회복이 불투명하다" 국내 경질유 수요는 전기차 확산과 경기 침체 속에서 감소세입니다. 정유부문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단기간에 구조가 바뀌기 어렵습니다. 정유 의존도(매출의 79%)가 여전히 절대적인 상황에서 정유 마진의 회복이 더디면 실적 개선 폭도 제한됩니다.
"재무 부담이 단기 리스크 요인이다"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으로 부채가 늘고 유동비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2026년에도 대규모 자본 지출과 이자 비용이 이어집니다. 업황이 기대보다 나쁘게 전개될 경우 재무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