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앤카엘은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낮에는 반도체 공장에 필터를 납품하고, 저녁에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셈입니다.
주력 사업은 환경오염제어 — 쉽게 말해 "반도체용 공기청정 필터"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먼지 한 점 없어야 하는 초정밀 공장)에는 공기 중 화학 오염물질(AMC: Airborne Molecular Contamination)을 제거하는 필터가 필수입니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미세해질수록, 눈에 보이지도 않는 화학 오염물질 하나가 불량품을 만들어냅니다. 젬백스앤카엘은 국내 최초로 이 케미컬 에어필터(Chemical Air Filter)를 국산화한 회사입니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과, 중국·싱가폴·대만·말레이시아·미국·일본 등 해외 고객사입니다. 도쿄일렉트론(TEL) 같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인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은 바이오 — "신경퇴행성 질환 신약 개발"
텔로머라제(노화와 관련된 효소) 유래 펩타이드(단백질 조각)인 GV1001을 핵심 후보물질로, 치매(알츠하이머병), 진행성 핵상마비(PSP), 루게릭병(ALS) 같은 치료제가 없는 난치 질환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매출 구성 (2025년 기준)
| 사업 | 매출액 | 비중 |
|---|---|---|
| 환경오염제어 (Chemical Air Filter 등) | 700억 원 | 85.9% |
| 바이오 (라이선스 아웃 선급금) | 115억 원 | 14.1% |
| 합계 | 815억 원 | 100% |
바이오 매출 115억 원은 2025년 12월 삼성제약과 체결한 PSP 라이선스 계약의 선급금입니다. 즉, 제품을 판 돈이 아니라 "개발 권리를 일부 넘기고 받은 계약금"입니다. 꾸준한 현금흐름의 주축은 어디까지나 필터 사업입니다.
필터 사업: 국산화 선점 + 공급업체 교체 어렵다는 구조적 해자
반도체용 케미컬 에어필터 시장의 경쟁자는 크게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에코프로HN 같은 국내 경쟁사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미국 글로벌 필터 메이커입니다.
젬백스앤카엘이 이 경쟁에서 버티는 핵심 이유는 "전환 비용"입니다. 케미컬 에어필터는 각 반도체 제조사의 공정 환경에 맞게 주문 제작됩니다. 즉, 한 번 납품이 결정되면 공급업체를 바꾸는 것이 생산 수율(제대로 된 칩이 나오는 비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고객이 함부로 바꾸지 않습니다. 덕분에 연초에 단가 계약을 맺으면 연중 안정적으로 납품이 이루어지는 구조입니다.
2025년 필터 매출은 약 700억 원으로 전년(625억) 대비 약 7.5% 성장했습니다. 내수가 572억(82%), 수출이 132억(18%) 수준입니다. 반도체 업계 호황이 주요 성장 배경입니다.
바이오 사업: 경쟁자는 없지만, 아직 싸움이 시작도 안 됐다
PSP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질병조절 치료제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보다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지만 환자 수가 적어 대형 제약사들이 외면해온 질환입니다. GV1001이 국내 2상 임상에서 의미 있는 효능을 보여 FDA 패스트트랙, 미국·유럽·한국 3개 기관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습니다. 사실상 현재 전 세계에서 PSP 치료제를 가장 앞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 중 하나입니다. 다만 아직 3상 임상이 남아 있어, "경쟁에서 이긴다"는 표현보다는 "아직 독주 중이지만 결승선이 멀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산업 방향성 — 반도체는 계속 미세화된다
AI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3나노·2나노 공정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공장 클린룸의 청결도 요구 수준은 더 높아집니다. 더 미세한 회로 = 더 민감한 공정 = 더 엄격한 필터 사양. 이 공식은 젬백스앤카엘에게 유리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케미컬 필터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8.5%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의 두 가지 큰 베팅
첫째, PSP 글로벌 3상 임상 → 세계 최초 치료제 승인.
국내에서 2상 + 연장 임상(총 72주)을 완료했고, 삼성제약이 국내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젬백스는 미국·유럽 글로벌 3상을 직접 추진합니다. 3상이 성공해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 → 7년간 시장 독점권이 주어지고 → 삼성제약으로부터 국가별 허가 단계마다 최대 2,085억 원의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 시장의 마일스톤 비중이 특히 큰데(허가 후 5년 이내에만 895억 원), 이는 일본의 PSP 환자 데이터베이스와 의료 인프라를 제약사들이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알츠하이머병 글로벌 임상 성과 확인 → 라이선스 확대.
미국·유럽 7개국에서 알츠하이머 2상을 완료해 2025년 11월 결과보고서를 수령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3상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제약이 3상을 진행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8년 104억 달러(약 1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PSP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쪽 라이선스 아웃이 성공하면 잠재 수익은 몇 배 더 커집니다.
반도체 업황 의존성
매출의 86%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필터에서 나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줄이거나 생산을 감축하면 젬백스앤카엘의 필터 수요도 직격탄을 맞습니다. 단기 차입금(무역어음, 운전자금 대출 포함) 규모가 284억 원으로 적지 않아, 매출이 급감할 경우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상 불확실성과 긴 자금 소요
바이오 사업은 여전히 돈을 쓰는 단계입니다. 2025년 연구개발비가 146억 원(매출의 약 18%)에 달합니다. PSP 글로벌 3상, ALS 1b 임상 등이 본격화되면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임상 3상은 통상 5~10년이 걸리고, 전 세계 신약 후보물질 중 3상에서 실패하는 비율이 상당합니다. 결국 임상이 실패하거나 지연되면 라이선스 마일스톤 수령 시점도 뒤로 밀립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 부담
회사는 여러 차례 BW(신주인수권부사채 — 일정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를 발행했습니다. 현재 남은 BW 잔액이 약 235억 원입니다. 권리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됩니다. 과거에도 BW 전환이 활발히 이뤄졌고, 이 과정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상승 시나리오
PSP 국내 조건부 허가 통과: 삼성제약이 2026년 1월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이것이 승인되면 GV1001은 세계 최초의 PSP 치료제로 국내 시판이 시작되고, 글로벌 3상에도 강력한 근거 데이터가 됩니다. 삼성제약으로부터 국내 품목허가 마일스톤도 수령하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글로벌 2상 결과 긍정적: 2025년 11월 수령한 글로벌(미국+유럽 7개국) 임상 결과보고서가 효능을 입증할 경우, 3상 투자 유치 및 추가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이 열립니다. 알츠하이머 시장은 PSP보다 수십 배 크기 때문에 계약 규모도 달라집니다.
반도체 업황 슈퍼사이클 지속: AI 서버·HBM 수요가 계속 확대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국내외 신규 팹(반도체 공장) 투자가 이어지고, 젬백스앤카엘의 필터 매출도 함께 성장합니다.
하락 시나리오
PSP 조건부 허가 불승인 또는 3상 임상 실패: 식약처 또는 FDA가 현재 2상 데이터로 허가를 거부하거나, 3상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올 경우, 바이오 사업의 핵심 가치가 소멸하고 이후 마일스톤 수령도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라이선스 계약(최대 1,200억)의 마일스톤 수령도 연동되어 흔들립니다.
반도체 투자 침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동결하거나 생산을 감축할 경우, 필터 주문량이 줄고 단기 차입금(284억 원) 상환 압박이 겹칩니다. 단기 유동비율(현재 65.6%)이 낮은 편이라, 매출 감소 충격을 버티는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