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젠은 한마디로 "펩타이드(Peptide) 하나로 화장품부터 신약까지 만드는 회사"입니다. 펩타이드란 아미노산이 여러 개 연결된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세포에 신호를 보내 피부 재생, 근육 성장, 혈당 조절 같은 기능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케어젠은 이 펩타이드를 연구해 코스닥에 상장된 2001년 이후 24년째 이 한 길만 파온 전문 기업입니다.
매출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뉩니다.
| 사업부문 | 2025년 매출 | 비중 |
|---|---|---|
| 전문테라피(필러·메조테라피) | 528억 원 | 72.5% |
| 코스메슈티컬(기능성 화장품) | 104억 원 | 14.3% |
| 건강기능식품 | 56억 원 | 7.7% |
| 원료(펩타이드·성장인자) | 38억 원 | 5.2% |
매출의 핵심은 단연 전문테라피입니다. 피부과·미용의원에서 사용하는 피부 필러(Revofil, Prostrolane 등)와 메조테라피(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영양 주사)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안면 주름 개선용이 가장 크고, 탈모 개선 헤어 필러가 두 번째로 큽니다. 전체 매출의 약 97%가 해외 수출에서 나오며, 전 세계 130개국에 독점 또는 비독점 대리점을 통해 판매합니다.
원료 사업에서는 글로벌 화학 기업 BASF와 4종의 특허 펩타이드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부터 납품 중입니다. 사실상 연구소에서 개발한 원료를 글로벌 대기업에 OEM으로 공급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케어젠이 속한 글로벌 피부 필러 시장은 Allergan(AbbVie), Galderma, Merz 같은 서양 대형 제약사들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Allergan은 시장 점유율 약 2123%, Galderma는 약 1718%로 상위권을 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이 경쟁자입니다.
이 판에서 케어젠이 살아남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차별화된 소재입니다. 일반 필러가 히알루론산(HA)을 기반으로 주사 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데 그친다면, 케어젠의 필러에는 펩타이드가 첨가되어 있어 필러 성분이 분해된 뒤에도 콜라겐 합성이 촉진돼 피부 탄력 개선 효과가 지속됩니다. 쉽게 말해, 일반 필러가 "채워 넣는 것"이라면 케어젠 필러는 "채워 넣으면서 피부도 좋아지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수직 통합 제조 구조입니다. 펩타이드 원료 합성부터 완제품까지 전부 자체 생산합니다. 경기도 화성의 전용 공장에서 대량 펩타이드 합성이 가능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품질 관리를 일원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MEDICA 2025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서 파트너사들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셋째, 지식재산 해자입니다. 국내외 특허 860여 건의 펩타이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탈모 관련 특허 115건으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똑같은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다만 2025년 실적은 솔직히 좋지 않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줄어 728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40.4% 급감해 204억 원입니다. 기존 주요 거래처가 주문량을 대폭 줄인 영향이 컸고,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126억 원에서 56억 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판관비가 전년 대비 51% 급증한 것도 이익을 갉아먹었는데, 주된 이유는 대손상각비(거래처에 받지 못한 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 119억 원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산업 방향성
글로벌 피부 필러 시장은 2024년 약 7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2031년까지 연평균 10~11% 성장이 예상됩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화 방지 수요, SNS 문화에 따른 외모 관심 증가, 비수술 미용 시술의 대중화가 성장 엔진입니다. 케어젠의 주력 시장인 중동·동남아시아·CIS(구소련) 지역도 미용 의료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의 베팅 1 — 건강기능식품 재도약
케어젠은 혈당 조절 식품 원료 '디글루스테롤(ProGsterol)'과 근육 강화 원료 '마이오키(MyoKi)'를 이미 출시했고, 2026년 1월에는 체중 관리 경구형 GLP-1 유사체 '코글루타이드(Korglutide)'까지 FDA NDI(신규식이원료)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GLP-1은 위고비, 오젬픽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관심을 받는 비만 치료 기전인데, 케어젠은 이를 기존 주사제가 아닌 "먹는 펩타이드"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먹는 GLP-1이 상용화되면 → 주사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층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 건강기능식품 채널에서 구독 형태로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회사의 베팅 2 — 황반변성 치료제 신약
황반변성(AMD)은 노인성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현재 치료는 눈에 직접 주삿바늘을 꽂는 방식(항 VEGF 주사)이 유일합니다. 케어젠은 점안액(안약) 형태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 CG-P5를 개발해 2025년 12월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했습니다. 망막 내액 감소, 신생혈관 활성 감소 같은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습니다. 임상 1상 완료 → 2상 진입 →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 마일스톤 수익 발생의 경로가 현실화될 경우, 매출 규모와 기업 가치의 질적 도약이 가능합니다. 경쟁 약물인 루센티스, 아일리아 대비 "주사 → 안약"으로의 편의성 혁신이 핵심 차별점입니다.
회사의 베팅 3 — 글로벌 원료 시장 확대
BASF와의 기존 공급 계약 외에 인도 최대 CDMO 아쿰스(AKUMS)를 통해 썬파마, 씨플라 등 인도 주요 제약·화장품 기업 30여 곳에 원료와 완제품 유통을 추진 중입니다. 원료는 다품종 소량 수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완제품 유통망 없이도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B2B 전략입니다.
고객 집중과 대손 리스크
2025년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은 특정 주요 거래처의 주문 급감과 대손상각비 119억 원 발생입니다. 매출의 97%가 해외 수출인데, 일부 국가의 독점 대리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거래처 한 곳의 상황이 나빠지면 실적이 크게 흔들립니다. 분산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까지 이 위험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
황반변성 치료제 CG-P5가 임상 1상을 통과했지만, 2상·3상으로 갈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비용도 급격히 커집니다. 임상 2상 실패 시 수년간의 R&D 투자가 묻힐 수 있으며, 성공해도 기술이전 협상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약 파이프라인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라면 이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환율 리스크
매출의 대부분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세후 이익이 약 19억 원 감소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수혜를 받지만, 불확실성 자체가 실적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불성실 공시 이력
과거 논바인딩(non-binding) 계약 관련 공시 문제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이력이 있습니다. 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는지, 투자 결정 전에 최신 공시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상승 시나리오
Korglutide(코글루타이드)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 — 경구형 GLP-1 비만 관련 건강기능식품은 현재 글로벌 제약·유통사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대형 파트너와 독점 공급 계약이나 공동 개발 계약이 체결된다면, 건강기능식품 사업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황반변성 신약 CG-P5가 임상 2상에 진입하고 기술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는 경우 — 기술이전 계약(라이선스아웃) 시 계약금과 마일스톤 수익이 일회성으로 대규모 반영될 수 있으며, 회사의 신약 개발 역량에 대한 시장 평가가 재편될 수 있습니다.
필러 주요 거래처가 회복되고 신규 국가 대리점이 안정화되는 경우 — 전체 매출의 70% 이상인 전문테라피 사업이 회복세로 돌아서면, 매출 감소와 대손 문제가 동시에 해소되며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하락 시나리오
건강기능식품 글로벌 계약이 지연되고 신약 임상도 성과를 못 내는 경우 — 기존 전문테라피 매출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인 건강기능식품과 신약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3년 연속 실적 하락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 주요 거래처에서 추가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 2025년에만 대손상각비가 119억 원 발생했는데, 비슷한 규모의 손실이 반복된다면 실질적인 수익성이 훼손됩니다. 매출채권 회전율이 전년(2.5회)과 유사하게 유지되는지 추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