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을 만들고 파는 회사입니다. 단, 단순히 백신만 파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백신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생산 사업도 함께 합니다.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해 독립한 이 회사는 "예방부터 치료까지 인류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미션 아래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출 구성 (2025년 연결 기준, 총 6,514억원)
| 사업 부문 | 품목 | 매출액 | 비중 |
|---|---|---|---|
| CDMO (위탁개발생산) | IDT Biologika 등 위탁 서비스 | 4,656억원 | 71.5% |
| 자체 백신 제품 | 스카이조스터, 스카이셀플루 외 | 1,026억원 | 15.8% |
| 유통 상품 | 베이포투스, 헥사심 외 | 595억원 | 9.1% |
| 기타 용역 | 기술이전 등 | 236억원 | 3.6% |
쉽게 말해, 지금은 수익의 70% 이상이 위탁생산(CDMO)에서 납니다. 이 CDMO 매출의 대부분은 2024년 10월 인수한 독일 회사 IDT Biologika에서 옵니다.
자체 백신 제품은 국내에서 팔리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 대상포진백신(스카이조스터), 수두백신(스카이바리셀라)이 핵심입니다. 국내 병의원에 직접 공급하거나, 도매상을 통해 유통하고, 정부 입찰에도 참여합니다. WHO 국제입찰을 통해 동남아·중남미 개도국에도 수출합니다.
CDMO 사업은 수주계약 기반입니다. IDT Biologika는 100년 이상의 백신 제조 경험을 가진 독일 기업으로, FDA·EMA 등 13개국 규제기관 승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상 시험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맡아주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입니다.
수출 비중은 2025년 78.5%에 달합니다. IDT Biologika의 매출이 대부분 유럽·북미 고객사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CDMO 시장은 Lonza(스위스), Thermo Fisher(미국), Samsung Biologics(한국) 등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Lonza의 시장 점유율이 약 20.7%로 선두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WuXi Biologics가 합쳐서 약 19.5%를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 Biologika를 인수하기 전까지 이 시장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IDT Biologika 인수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IDT는 특히 백신·생백신·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 100년이 넘는 전문성을 가진 곳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오랫동안 믿고 맡겨온 파트너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를 통해 하루아침에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 포트폴리오까지 통째로 흡수했습니다.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한국에서 국내 유일의 세포배양 방식(계란 아닌 세포에서 배양)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계란배양 방식보다 바이러스 변이 위험이 낮고, 계절별 생산 효율도 높습니다. 이 기술을 앞세워 WHO 사전인증(PQ)을 획득, 동남아·중남미 국제입찰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는 2017년 국내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으로 출시되었고, GSK의 싱그릭스(Shingrix)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점입니다. 국내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는 중입니다.
다만, 자체 백신의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은 16%에 불과합니다. 현재 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는 자체 백신보다는 CDMO와 미래 파이프라인에 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2025년 영업손실은 1,235억원이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매출 6,514억원 중 원가만 5,754억원이 나가는 고비용 구조 때문입니다. 여기에 R&D 비용 1,558억원이 추가로 지출됩니다. IDT 인수 초기 비용, 21가 폐렴구균백신 글로벌 임상 3상, mRNA 백신 임상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전년(-1,384억원) 대비 손실 폭은 149억원 줄었습니다.
백신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단순 의약품이 아닌 국가 안보 자산으로 격상됐습니다. 각국 정부는 백신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 추세(아웃소싱)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CDMO 시장은 2024년 약 192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에서 2033년까지 연평균 9% 이상 성장이 예상됩니다. 폐렴구균백신 시장도 2024년 약 122억 달러에서 2034년 약 19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첫 번째 베팅: 21가 폐렴구균백신 (GBP410)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이 백신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폐렴구균백신 시장을 지배하는 화이자(프리베나13)와 MSD(박스뉴반스)가 각각 13가, 15가를 최대로 커버하는데, GBP410은 21가(즉, 21가지 균주)를 커버합니다. 더 많은 균주를 예방할 수 있으면 → 병원과 정부의 교체 수요가 생기고 → 상업화 시 글로벌 약 14조원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안동 L HOUSE에 전용 생산시설(약 4,200㎡)도 완공된 상태입니다.
두 번째 베팅: IDT Biologika CDMO 성장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 인수 이후 수주잔고(아직 납품하지 않은 계약금액)가 6,961억원에 달합니다. IDT가 새 고객을 확보하고 → 수주가 늘어나고 → 매출이 증가하면 CDMO 부문이 흑자로 전환됩니다. 실제로 IDT는 2025년 연간 기준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베팅: mRNA 백신 플랫폼 CEPI(전염병혁신연합)와 함께 개발 중인 일본뇌염 mRNA 백신(GBP560)이 2025년 2월 글로벌 임상 1/2상에 진입했습니다. 이 임상을 통해 mRNA 기술을 내재화하면 → 팬데믹 같은 긴급 상황에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고 → 향후 다양한 백신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 실패 리스크 21가 폐렴구균백신은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입니다. 임상 3상이 실패하거나, 경쟁사보다 늦게 허가를 받으면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수천억원)과 시간이 허공에 날아갑니다. 이미 화이자와 MSD가 해당 시장을 굳건히 지배하고 있어, 후발주자 리스크가 실재합니다.
CDMO 고객 이탈 및 가격 압박 IDT Biologika의 CDMO 사업은 기존 고객과의 장기계약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Lonza, Samsung Biologics 같은 대형 경쟁사들이 더 큰 생산용량과 자금력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고객이 더 저렴한 대안으로 이동할 경우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현금 소진 현재 유동자금(현금+단기금융상품)이 9,063억원으로 충분한 편이지만, R&D 투자(연간 약 1,558억원), 생산시설 증축, CDMO 고도화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상 실패나 수주 감소가 겹치면 자금 압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율 리스크 매출의 78.5%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IDT의 매출은 유로화로 대부분 청구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화가 5% 하락하면 세전이익이 약 61억원 악화됩니다. 환율 변동이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입니다.
GBP410 임상 3상 성공 및 허가 21가 폐렴구균백신이 임상 3상을 통과하고 주요국 허가를 받을 경우, 이 회사는 글로벌 약 14조원 폐렴구균 시장에서 사노피의 유통망을 등에 업고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현재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인 R&D 지출이 상업화 이후 매출로 전환되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IDT 흑자 전환 안착 및 신규 수주 확대 IDT가 안정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CDMO 부문이 단순한 매출 기여를 넘어 이익 창출 엔진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수주잔고 6,961억원이 순차적으로 매출화되는 과정에서 수익 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임상 실패 또는 경쟁사에 허가 선점 만약 화이자 또는 MSD가 더 높은 가수의 폐렴구균백신을 먼저 허가받거나, GBP410이 임상에서 기대 이하의 면역원성을 보인다면, 이 회사의 핵심 성장 스토리가 무너집니다. 이 경우 현재 지출 중인 임상 비용은 매몰 비용이 되고, 신규 성장 동력 없이 CDMO 수익만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CDMO 수주 급감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경기 둔화, 또는 IDT의 주요 고객사 경영 악화로 계약이 해지되거나 갱신이 안 될 경우, 현재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CDMO 부문이 빠르게 위축됩니다. 수주잔고 6,961억원이 계획대로 납품되지 않으면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