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은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회사다. 정확히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만들어 공공·민간 발전사업자에게 파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태양광·풍력과 달리 날씨에 관계없이 24시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2019년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독립 분사하여 설립되었으며,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누적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지분 약 30%)다.
매출 구성 (2025년 기준)
| 구분 | 매출액 | 비중 | 설명 |
|---|---|---|---|
| 연료전지 주기기 | 3,590억원 | 79% | 연료전지 본체를 발전사업자에게 납품 |
| 장기유지보수서비스(LTSA) | 958억원 | 21% | 납품한 설비를 10~20년간 관리·유지 |
| 합계 | 4,548억원 | 100% |
돈을 버는 구조는 이렇다. 먼저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낙찰을 받으면, 두산퓨얼셀은 해당 사업자에게 연료전지 설비(주기기)를 납품한다. 납품이 끝난 후에는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을 체결해 연간 유지보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기기를 팔고 나서도 AS 수익이 10~20년간 이어지는 모델이다.
2025년 기준 10% 이상 비중을 차지한 주요 고객은 삼천리이에스(24.4%)와 유에이치파워(13.3%)이며, 나머지 62%는 다수의 공공·민간 발전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사실상 두산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미국 Bloom Energy + SK에코플랜트 합작법인)의 양강 구도다. 두산퓨얼셀이 인산형 연료전지(PAFC)로 시장을 선점해 누적 점유율 55%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블룸SK퓨얼셀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높은 전기효율을 앞세워 약 2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빠르게 추격 중이다. 나머지는 포스코 등이 구축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방식이 차지하지만, 이 방식은 더 이상 신규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경쟁에서 이탈한 상태다.
2025년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두산퓨얼셀은 총 107MW 규모를 수주하며 약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산퓨얼셀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부품 국산화율(99%)과 복합효율이다. 주력 제품인 PAFC는 전기뿐 아니라 열도 동시에 생산해 수소 에너지 전환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팔 수 있어 사업성이 높고, 부품 대부분이 국산이라 유지보수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외산 대비 유리하다. 실제로 수소발전 입찰 시 심사 항목 중 하나인 '국산화율'에서 두산퓨얼셀이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에 있다.
2025년은 성장과 손실이 동시에 나타난 해였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손익이 크게 악화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신제품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양산을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는데, 사업 초기 특유의 '수율 이슈'(불량률이 높은 초기 학습비용)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공장을 처음 돌릴 때 제대로 나오는 제품 비율이 낮은 것은 제조업에서 흔한 일이지만, 규모가 크다 보니 손실도 컸다.
둘째, 기존 주력 제품인 PAFC에서도 백금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스택(연료전지 핵심 부품) 교체 증가로 품질비용이 늘었다. 특히 장기유지보수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958억원에 그쳐 수익성에 타격을 입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조적으로 커지는 시장이다.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 정책이 받쳐주고 있다. 2022년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가 도입되고 2023년부터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정식 개설되면서 연료전지 수요에 법적 의무가 생겼다. 발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수소 발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수요가 정부 정책에 의해 보장되는 구조다.
둘째,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이고 대용량의 전력이 필요한데, 날씨에 상관없이 작동하는 연료전지가 적합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두산퓨얼셀은 삼성전자 화성 HPC(고성능 컴퓨팅) 시설과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에 납품한 이력이 있다.
셋째,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이 장기적으로 연료전지 수요를 밀어올린다.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은 2025년 약 119억 달러에서 2034년 약 957억 달러로 8배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베팅 1: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양산 안정화 2025년 하반기 군산 공장에서 SOFC 양산을 시작했다. SOFC는 기존 PAFC 대비 전력 효율이 높고,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열보다 전기가 중요한 곳에 적합하다. 두산퓨얼셀의 SOFC는 약 600℃의 중·저온에서 작동해 700~1000℃의 고온이 필요한 경쟁사 Bloom Energy 제품 대비 소재 비용과 가동 속도 면에서 우위가 있다. SOFC 수율이 안정화되면 → 데이터센터 및 해외 시장 공략이 가능해지고 → 지금은 마이너스인 신제품 손익이 흑자로 전환된다.
베팅 2: 아시아·오세아니아 PAFC 사업권 확장 2025년 4월, 미국 자회사 HyAxiom과 PAFC 기술 도입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기존 국내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전체로 확대했다(계약금액 688억원). 이를 통해 일본, 호주 등 수소에너지 정책이 활발한 국가로 판로를 넓힐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아시아 수소 시장에서 수주가 발생하면 → 두산퓨얼셀이 제조·공급하는 구조로 → 국내 편중 매출 구조가 다변화된다.
베팅 3: 중국 시장 진출 2021년 중국 포산시 수소에너지 시범사업에 국내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를 수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중국 국유 에너지 기업 에너지차이나와 전략적 협업 MOU를 체결했다. 중국은 수소에너지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어, 수요가 열리면 두산퓨얼셀은 글로벌 1위 PAFC 생산기지로서 공급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재무 리스크: 현금 고갈과 부채 급증 2025년 말 기준 현금이 648억원밖에 남지 않았고, 부채비율은 1년 만에 136%에서 226%로 급등했다. 차입금 총액도 5,40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5억원 증가했으며, 2026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성 차입금이 약 2,849억원에 달한다. SOFC 수율 안정화가 늦어지거나 신규 수주가 부진하면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신용등급은 BBB0(안정적)으로 투자적격 하단이다.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하락하면 일부 사모사채의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발동될 수 있다.
신제품 리스크: SOFC 수율 안정화 불확실성 2025년 대규모 적자의 주범이 SOFC 초기 수율 문제였다. 연료전지 제조는 소재와 공정 관리가 매우 정밀해야 해서, 양산 초기의 학습비용이 길어질 경우 추가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 흑자 전환 시점은 SOFC 수율이 얼마나 빨리 개선되느냐에 달려 있다.
원자재 리스크: 백금 가격 변동 PAFC의 핵심 소재인 백금(Platinum) 가격이 2025년에도 상승했고, 이것이 기존 제품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백금은 글로벌 공급이 제한적인 귀금속으로, 가격 통제가 어렵다. 이에 더해 스택(연료전지 핵심 부품) 교체 주기가 기대보다 짧아질 경우, LTSA 수익성도 악화될 수 있다.
경쟁 심화: 블룸SK퓨얼셀의 추격 블룸SK퓨얼셀이 SOFC 방식의 높은 전기효율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 하에서 고효율 SOFC가 유리한 구조로 바뀔 경우, 두산퓨얼셀의 기존 PAFC 중심 사업 모델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① SOFC 수율 조기 안정화 + 미국 수출 성사 SOFC 수율이 2026년 상반기 내에 목표 수준으로 개선되고, 미국 데이터센터향 수출이 구체화되면 상황이 빠르게 달라진다. KB증권은 2026년부터 미국 시장에 연간 20MW 수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두산퓨얼셀은 2026년 흑자 전환과 함께 고부가가치 해외 매출이 추가된다.
② 국내 수소발전 입찰 물량 확대 + 60% 이상 점유율 유지 정부가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물량을 예정대로 확대하고, 두산퓨얼셀이 기존처럼 6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수주 잔고(현재 2조 326억원)가 안정적으로 쌓이면서 중장기 매출 기반이 견고해진다.
① SOFC 수율 문제 장기화 SOFC 초기 불량률이 2026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재무 구조가 더욱 악화된다. 이 경우 신용등급 하락 → 자금조달 비용 상승 → 투자 축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② 정부 수소 정책 속도 조절 또는 입찰 지연 수소발전 입찰이 예정보다 늦어지거나 물량이 줄어들면, 두산퓨얼셀의 주기기 수주가 급감한다. 매출의 79%가 주기기에서 나오는 구조이므로 입찰 물량 변동이 실적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입찰 연기 또는 경쟁사의 파격적인 저가 수주 소식이 나온다면 재검토 신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