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SP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쓰이는 특수 열처리 장비, 그 중에서도 고압 수소 어닐링(HPA, High Pressure Annealing) 장비 한 가지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표면에 미세한 결함(흠집)이 생기는데, HPSP의 장비는 그 흠집을 수소 가스를 고압으로 쏘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집을 지을 때 벽 균열을 메우는 공정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도체가 더 얇고 촘촘해질수록 이 결함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칩이 미세화될수록 HPSP의 장비가 더 필요해집니다.
매출 구성 (2025년)
| 구분 | 금액 | 비중 |
|---|---|---|
| GENI-SYS 장비 판매 | 1,541억 원 | 89.1% |
| 부품·AS 등 기타 | 189억 원 | 10.9% |
| 합계 | 1,730억 원 | 100% |
매출의 97.8%가 수출에서 나옵니다. 내수(국내) 비중은 2.2%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메모리 업체보다는 TSMC(대만), 인텔(미국) 등 글로벌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업체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수주 내역은 영업기밀로 비공개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메이저 반도체 업체의 양산 Fab에서 가동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HPSP는 HPA 장비 시장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자입니다. 삼성증권은 2024년 HPSP의 시장 점유율을 95%로 추정했을 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장비 시장 전체 규모는 연간 2,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그 대부분이 HPSP 매출로 직결됩니다.
이 독점적 위치가 가능한 이유는 기술 장벽 때문입니다. HPA 장비는 100% 수소를 최대 25기압까지 가해야 하는데, 폭발 위험이 극도로 높은 수소를 고압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HPSP는 유럽(PED), 미국(ASME), 국내(KGS) 등 전 세계 고압 안전 인증을 모두 획득한 유일한 업체입니다. 이 인증을 다시 받으려면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설령 경쟁자가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도 고객사 Fab에 납품하기까지의 허들이 매우 높습니다.
기존 고온 어닐링 장비를 공급하던 AMAT(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TEL(도쿄 일렉트론), Kokusai 같은 글로벌 대형 장비사들은 28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서 자사 장비를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금속 배선이 고온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입니다. HPSP는 저온(250~450℃)에서도 100% 수소 농도로 어닐링을 완수하므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합니다. 결국 고객이 HPSP 장비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16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이 장비 말고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독점적 지위 덕분에 HPSP의 영업이익률은 52%로, 일반 장비사 평균(15% 수준)의 세 배가 넘습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62개사 중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한 수치입니다.
한편, 2025년 말부터는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예스티(YeSTi)가 특허 분쟁을 거쳐 2026년 초 글로벌 고객사에 첫 HPA 장비를 출하하며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아직 대부분의 고객사는 HPSP 장비를 계속 사용 중이며, 고객사 입장에서도 공급망 안정을 위해 멀티 벤더(복수 공급자) 전략을 선호하는 만큼, 단기간에 시장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100% 독점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변수입니다.
반도체 칩은 계속 작아지고 있습니다. 3나노, 2나노로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계면 결함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HPSP의 장비는 2나노 이하 최선단 공정에도 이미 적용 중이라고 밝히고 있어, 공정 미세화 트렌드 자체가 이 장비의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이 1,3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고, 2027년에는 1,56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로 고객 확장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출의 70% 이상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고객에서 나왔습니다. HPSP는 DRAM·NAND 메모리 업체들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현장 검증을 완료했습니다. DRAM은 1c 공정(최선단 미세 공정)부터 HPA 장비가 필수 장비로 채택되면 → 메모리 향 매출이 30%에서 40~50% 수준으로 올라가고 → 전체 매출 규모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납니다.
imec·POSTECH과의 연구 협력으로 다음 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imec(벨기에)에 GENI-SYS 장비가 설치돼 있고, imec 연구진이 GAA(Gate All Around,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 등 차세대 소자 연구에 이 장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imec에서 새로운 공정을 연구하면 → 그 공정이 상용화될 때 HPSP 장비가 자연스럽게 선택되고 → 신규 고객사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입니다.
연구개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는 2023년 47억 원 → 2024년 115억 원 → 2025년 128억 원으로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매출 대비 R&D 비율도 7.4%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기존 HPA 장비 외에 신규 공정 장비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경쟁자 진입으로 독점 구도 균열 시작
2026년 예스티가 실제 고객사 Fab에 HPA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스티의 신형 장비는 웨이퍼 125매를 한 번에 처리(HPSP 최대 75매 대비 약 60% 높은 처리량)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주장합니다. 고객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2번째 벤더를 테스트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독점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가격 협상력 하락과 점유율 일부 이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의 투자 사이클 의존성
매출의 98%가 수출이며, 소수의 글로벌 Top-tier 고객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4.7% 감소한 것도 주요 고객사인 로직/파운드리 업체의 설비투자(CapEx) 축소 때문이었습니다. 고객사 한두 곳의 투자 결정만으로 HPSP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허 리스크 지속
예스티와의 특허 소송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24년 특허심판원이 HPSP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으나, 예스티 측의 추가 대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시장 구도가 다시 변할 수 있습니다.
환율 변동 노출
수출 비중이 98%에 달해 달러화 환율 변동에 실적이 민감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세전이익이 약 54억 원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메모리 고객사 매출 비중이 빠르게 올라가는 경우
DRAM 1c 공정 전환과 NAND 고단화(300단 이상) 진행에 따라 메모리 고객사 향 HPA 장비 수요가 본격화되면, 전체 시장 규모가 현재 2,000억 원 수준에서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현재 30% 미만인 메모리 매출 비중이 40% 이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면, 실적 성장의 다음 레그가 시작되는 신호입니다.
글로벌 주요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투자 재개
TSMC의 2나노, 1.4나노 공정 양산 가속화나 인텔의 파운드리 재도전 등 대형 고객사들의 CapEx 증가 결정은 HPSP의 장비 수주로 직결됩니다. 반도체 설비투자 사이클이 회복세로 전환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예스티 장비가 다수 고객사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는 경우
예스티 장비가 HPSP 장비와 동등한 성능으로 여러 고객사의 양산 라인에 채택되기 시작한다면, HPSP의 점유율 하락과 가격 인하 압력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 52%는 독점 프리미엄이 포함된 수치인 만큼, 경쟁 심화 시 이 수치가 의미 있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들의 첨단 공정 투자 지연이 장기화되는 경우
AI 수요 둔화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파운드리·메모리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추가로 축소할 경우, 수주 공백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2025년의 매출 소폭 감소가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 하락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